밀라노 더비: 이탈리아 축구의 뜨거운 심장(AC 밀란, 인테르 밀란)

AC밀란 인테르 밀란 앰블럼 로고

 

밀라노 더비: 이탈리아 축구의 뜨거운 심장

서론: 밀라노 더비란 무엇인가?

밀라노 더비는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라이벌 매치 중 하나다. 이 경기는 AC 밀란과 인테르 밀란,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두 거대 클럽 간의 맞대결을 뜻하며, 이탈리아어로는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Derby della Madonnina)’라고 불린다. 이름은 밀라노 대성당 꼭대기에 서 있는 성모 마리아(마돈나) 동상에서 따온 것으로, 이 도시의 상징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두 팀은 같은 경기장인 산 시로(공식 명칭: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를 홈구장으로 공유하지만, 그들의 경쟁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문화와 정체성의 싸움이다. 세리에 A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더비는 승점 3점을 놓고 싸우는 것을 넘어 밀라노라는 도시의 자존심을 건 전쟁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이 경기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그 열정과 드라마에 있다.

밀라노 더비가 특별한 이유는 두 클럽의 뿌리 깊은 역사와 팬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이다. AC 밀란은 전통적인 이탈리아 축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클럽으로, 챔피언스리그 7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반면 인테르 밀란은 국제적인 포용성을 강조하며 창단된 팀으로, 세리에 A에서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유일한 클럽이라는 기록을 자랑한다. 이 두 팀은 서로를 상대로 한 경기를 통해 밀라노의 패권을 다투며, 팬들에게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경기 날이면 산 시로 주변은 붉은색과 검은색(AC 밀란), 파란색과 검은색(인테르)의 물결로 뒤덮이고, 팬들의 함성과 폭죽 소리가 도시를 가득 채운다. 밀라노 더비는 축구의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감정의 폭발과 극적인 반전을 선사하며, 이탈리아 축구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밀라노 더비의 기원과 역사

밀라노 더비의 역사는 두 클럽의 창단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AC 밀란은 1899년 12월 16일, 영국인 알프레드 에드워즈에 의해 ‘밀란 크리켓 앤 풋볼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초기에는 크리켓과 축구를 함께 운영했지만, 곧 축구에 집중하며 이탈리아 축구의 강자로 떠올랐다. AC 밀란은 이탈리아인 중심의 클럽으로 자리 잡았고, 붉은색과 검은색 유니폼으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1908년, 클럽 내부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 문제를 놓고 갈등이 생겼다. 외국인 선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는 파벌이 주도권을 잃자, 이들은 독립을 선언하고 새로운 클럽을 창단했는데, 그것이 바로 인테르 밀란이다. 1908년 3월 9일에 설립된 인테르(정식 명칭: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는 ‘국제적인’이라는 뜻을 담아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을 포용하며 차별화된 정체성을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두 클럽의 라이벌리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치열해졌다. 초기 더비 경기는 1909년 10월 18일에 치러졌는데, 이 경기에서 AC 밀란이 2-1로 승리하며 첫 번째 밀라노 더비의 승자가 되었다. 이후 두 팀은 세리에 A와 코파 이탈리아, 그리고 유럽 무대에서 수없이 맞붙으며 경쟁을 이어갔다. 특히 1960년대는 밀라노 더비의 황금기로 꼽힌다. AC 밀란은 1963년과 1969년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인테르는 엘레니오 에레라 감독의 카테나치오 전술로 1964년과 1965년에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라 그란데 인테르(위대한 인테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시기 두 팀은 유럽 축구의 정상을 다투며 밀라노 더비를 세계적인 이벤트로 만들었다. 두 클럽의 팬들은 서로를 깎아내리며 경쟁했지만, 산 시로를 공유하는 독특한 상황 덕분에 더비 날이면 하나의 경기장에서 양측 팬들이 공존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밀라노 더비의 역사는 선수 이동으로도 흥미롭다. 두 팀은 라이벌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상대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주세페 메아차는 원래 AC 밀란에서 뛰었지만, 이후 인테르로 이적해 전성기를 보내고 인테르의 레전드로 남았다. 이 때문에 산 시로가 그의 이름을 따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로 개명되었을 때, AC 밀란 팬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또 다른 예로는 안드레아 피를로가 있다. 그는 인테르에서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해 AC 밀란으로 이적했고, 그곳에서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이런 선수 이동은 더비에 감정적인 층을 더하며 팬들 사이에서 논란과 이야기를 낳았다. 밀라노 더비는 이렇게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로 엮이며 이탈리아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 잡았다.

주요 명경기와 전설적인 순간들

밀라노 더비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명경기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2003년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은 밀라노 더비의 정점을 찍은 순간으로 꼽힌다. 이 시즌, AC 밀란과 인테르는 유럽 무대에서 4강에서 맞붙었는데, 두 경기가 모두 산 시로에서 열렸다. 1차전은 0-0 무승부로 끝났지만, 2차전에서 AC 밀란이 안드리 셰브첸코의 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 경기는 밀라노 더비가 단순한 지역 경쟁을 넘어 유럽 축구의 중심에 선 순간을 보여줬다. AC 밀란은 이후 리버풀과의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이 더비는 두 팀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전설로 남았다. 경기 후 인테르 팬들은 좌절했고, AC 밀란 팬들은 밀라노 거리를 행진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또 다른 명경기는 2005년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다. 이번에는 인테르가 홈 팀으로 나선 2차전에서 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AC 밀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전, 인테르 팬들이 심판 판결에 불만을 품고 경기장에 폭죽과 물건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 폭죽이 AC 밀란 골키퍼 디다의 어깨를 맞히며 경기가 중단되었고, 인테르는 몰수패를 당했다. 이 사건은 밀라노 더비의 격렬한 감정을 상징하며, 이후 두 팀 팬들 사이에 더 깊은 앙금을 남겼다. AC 밀란은 이 승리로 4강에 진출했고, 인테르 팬들은 오랫동안 이 날을 ‘검은 날’로 기억했다. 이 경기는 더비의 열정이 때로는 과격함으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그만큼 팬들이 이 경기를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증명했다.

최근의 명경기로는 2023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빼놓을 수 없다. 20년 만에 다시 유럽 무대에서 만난 두 팀은 또다시 밀라노 더비의 드라마를 썼다. 1차전에서 인테르가 에딘 제코와 헨리크 미키타리안의 골로 2-0 승리를 거뒀고, 2차전에서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추가하며 합계 3-0으로 결승에 올랐다. 이 경기는 인테르가 오랜만에 밀라노 더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준 사례로, AC 밀란 팬들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라우타로의 골 세리머니와 산 시로를 가득 채운 인테르 팬들의 함성은 밀라노 더비가 여전히 살아있는 전쟁임을 증명했다. 이런 명경기들은 밀라노 더비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팬들의 감정과 역사가 얽힌 서사시라는 것을 보여준다.

2024-25 시즌 밀라노 더비 현황

2024-25 시즌이 진행 중인 지금(2025년 2월 26일 기준), 밀라노 더비는 여전히 세리에 A의 하이라이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시즌 AC 밀란과 인테르 밀란은 리그 상위권을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테르는 시모네 인자기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시즌 우승의 기세를 이어가며, 2024년 10월 산 시로에서 열린 첫 더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결승골을 넣으며 인테르 팬들을 열광하게 했고, 니콜로 바렐라의 중원 장악은 AC 밀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반면 AC 밀란은 파울로 폰세카 감독 체제에서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최근 경기에서 반등하며 2월 초 기준 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이 경기에서 하파엘 레앙의 동점골은 밀란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수비 불안으로 승리를 놓쳤다.

2025년 1월 말에 열린 두 번째 더비는 또 다른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번에는 AC 밀란이 홈에서 3-2로 승리하며 복수에 성공했다. 크리스티안 풀리식이 경기 초반 선제골을 넣었고, 테오 에르난데스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승리를 결정지었다. 인테르는 후반 막판 마르쿠스 튀랑의 만회골로 추격했지만, 역전에 실패하며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 경기는 밀라노 더비의 예측 불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현재 인테르는 리그 2위로 우승을 노리고 있고, AC 밀란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목표로 삼고 있다. 두 팀 모두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선전 중인데, 인테르는 리그 페이즈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승점을 따내며 16강 진출을 확정했고, AC 밀란은 레알 마드리드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시즌 밀라노 더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양 팀의 전술 변화다. 인테르는 3-5-2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수비 안정과 역습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AC 밀란은 4-2-3-1로 전환하며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고 있지만,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양 팀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더비에서 보여준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인테르의 하칸 찰하노글루는 중원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뿌리며 팀의 중심을 잡고 있고, AC 밀란의 타미 에이브러햄은 최근 영입 후 더비에서 골을 터뜨리며 적응력을 증명했다. 남은 시즌 동안 두 팀이 리그 우승과 유럽 무대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그리고 다음 더비가 언제 성사될지가 팬들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밀라노 더비가 축구 팬에게 미치는 영향

밀라노 더비는 축구 팬들에게 단순한 경기를 넘어 감정의 롤러코스터다. AC 밀란과 인테르 밀란의 팬들은 이 경기를 ‘밀라노의 전쟁’이라 부르며, 경기 결과에 따라 기쁨과 좌절을 극단적으로 느낀다. 산 시로에 모인 팬들은 경기 전부터 티포(대형 현수막)와 노래로 분위기를 달구고, 경기 중에는 폭죽과 함성으로 열정을 폭발시킨다. 특히 울트라스(Ultras)로 불리는 열성 팬들은 더비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코레오(응원 안무)를 준비하며, 이들의 헌신은 밀라노 더비를 세계에서 가장 격정적인 더비 중 하나로 만든다. 예를 들어, 2023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당시 인테르 팬들이 만든 ‘밀라노는 파란색과 검은색’이라는 거대한 티포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밀라노 더비는 지역 사회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의 경제 중심지로, AC 밀란과 인테르 팬들이 도시 곳곳에서 공존하며 라이벌 의식을 키워왔다. 더비 날이면 카페와 바는 양 팀 팬들로 나뉘어 응원전을 펼치고, 거리는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이 경기는 단순히 축구가 아니라 밀라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문화적 이벤트다. 글로벌 팬들에게도 밀라노 더비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리에 A가 과거만큼의 위상을 잃었다고 해도, 밀라노 더비는 여전히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시청하는 주요 경기 중 하나다. 2024년 10월 더비는 약 4억 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이 경기의 글로벌 영향력을 보여준다.

더비는 선수들에게도 강렬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밀라노 더비에서 골을 넣거나 승리를 이끌면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실수하거나 패배하면 오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파올로 말디니는 AC 밀란의 상징으로 더비에서 수많은 승리를 이끌었고, 하비에르 사네티는 인테르의 레전드로 더비의 전설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더비에서 연속 골을 넣으며 인테르 팬들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순간들은 팬들의 기억에 깊이 남아 밀라노 더비의 신화를 계속해서 쌓아간다. 이 경기는 축구 팬들에게 열정과 드라마를 선사하며, 밀라노를 넘어 전 세계 축구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결론: 밀라노 더비의 매력과 기대

밀라노 더비의 미래는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2024-25 시즌이 끝난 후에도 AC 밀란과 인테르 밀란은 세리에 A와 유럽 무대에서 경쟁을 이어갈 것이다. 특히 2025년 봄에 예정된 다음 더비는 리그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다. 인테르가 현재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AC 밀란이 최근 상승세를 타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두 팀의 전술적 발전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인테르의 발렌틴 카르본니와 AC 밀란의 프란체스코 카마르다가 더비 무대에서 데뷔한다면,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밀라노 더비의 매력은 그 예측 불가능성과 열정에서 나온다. 두 팀이 같은 경기장을 공유하며 치르는 경기는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풍경이다. AC 밀란과 인테르가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해온 역사는 이 더비를 단순한 스포츠 이상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산 시로가 재건축되거나 새로운 경기장으로 바뀐다 해도, 밀라노 더비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팬들은 여전히 붉은색과 검은색, 파란색과 검은색을 입고 열광할 것이고, 선수들은 더비에서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이는 밀라노 더비가 축구의 본질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테르를 응원하는 팬으로서, 밀라노 더비에서의 승리가 늘 큰 기쁨이다. 하지만 AC 밀란 팬이든 인테르 팬이든, 이 경기는 축구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승리의 짜릿함과 패배의 아픔이 공존하는 이 더비는 감정의 극단을 오가며 팬들을 하나로 묶는다. 앞으로도 밀라노 더비가 세리에 A의 심장으로서, 그리고 세계 축구의 보석으로서 빛나기를 기대한다. 여러분은 밀라노 더비에서 어떤 순간을 가장 기억하고 싶은가? 다음 경기를 기다리며 그 열정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